📖 이 페이지의 목차

이 책을 읽다 보면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떠오른 부분이 있어요.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작품이 떠오릅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최근 촬영을 끝냈습니다. 촬영을 끝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스틸 한 장이 공개됐는데요, 주연 배우인 이병헌, 손예진 두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상당히 즐거워하는 모습의 스틸입니다.
구분 | 정보 |
---|---|
제목 | 액스 (The Ax) |
작가 |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
출간년도 | 1996년 |
특징 | 작가의 장편소설 마지막 작품 |
이전 영화화 | 2005년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프랑스) |
박찬욱 관심 시작 | 2010년 인터뷰부터 언급 (15년간 준비) |
먼저 책을 간단히 소개를 해드린다면 이 원작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작가가 1996년에 출간한 미국 소설입니다. 이 작가님한테 장편 소설로는 마지막 작품이고요. 그리고 지난 2005년 그리스 출신의 프랑스 영화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가 프랑스에서 영화로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도 박찬욱 감독이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차기작으로 얘기했던 그런 작품입니다. 당시 제목은 원작 소설명 그대로 '액스'로도 알려져 있었고요. 그 뜻인 '도끼'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지금 제가 찾아볼 수 있는 인터뷰로도 2010년도 인터뷰가 있습니다. 그 인터뷰로 봐도 한 15년 만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이 스틸을 보니까 드디어 이 작품이 만들어졌구나 실감이 들더라고요.
원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바로 어제 읽었습니다. 상당히 재밌는 소설이었고 박찬욱 감독이 최근에 만들었던 어떤 작품보다도 블랙 코미디적인 그런 성격이 많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먼저 잠깐 소개해드릴게요. 주인공은 버크 드보레라는 남자입니다. 이 남자가 오랫동안 제지 회사에서 일했어요. 그러니까 종이를 생산하고 또 생산 방식을 개발하고 또 그걸 유통하는 그런 회사죠. 그가 이제 이 회사에서는 중간 관리자까지 승진했는데 어느날 해고를 당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사람의 아내는 다른 파트타임 일을 구해서 간신히 생활비를 벌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중년 남자가 느끼는 위기감은 우리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집에 얽힌 융자도 갚아야 되고 자식들의 학비도 내야 되고 그런만큼 이 사람은 점점 쪼들리게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어느 날 아카디아라는 유명 제지 회사를 알게 됩니다. 이 회사가 이제 새로운 사업으로 진행 중인 게 있고요. 또 그 사업의 담당자로 한 남자가 업계 잡지에 인터뷰에 나서게 됩니다. 버크는 그 남자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생각도 거듭해 보니까 문제가 있는 거죠. 그 사람이 죽어 버린다고 해도 그 자리를 나에게 맡긴다는 보장이 있는가? 그니까 소설을 보면은 이미 이 제지업계뿐만 아니라 금속 업계, 의류업 이런 데서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이 주인공 버크 같은 해고자도 이미 너무 많은 상황인 거죠.
그래서 버크는 이런 계획을 세웁니다. 일단 첫 번째 아카디아라는 회사에 꾸준히 이력서를 보낸다. 이건 아주 기본적인 세팅이에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제지업계 해고자들은 똑같이 다 여기에 이력서를 넣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다음에 나의 경쟁자들의 실체를 파악한다.
여기서부터 이제 이야기가 좀 복잡해집니다. 어떻게 경쟁자를 파악하는가? 그게 문제인 거죠. 그래서 이 버크라는 주인공은 우체국 사서함 하나를 개설합니다. 이게 1990년대 배경이니 이런 설정이었을 겁니다. 지금 같으면은 우체국 사서함을 개설할 일이 없겠죠.
그리고 그럴듯한 제지 회사 이름을 하나 만들어서 구인 광고를 게재합니다. 이 광고를 제지업계 종사자들이 보는 그 전문 잡지 - 이 소설 속에서는 '페이퍼맨' 뭐 이런 이름인데 - 그런 잡지에 냅니다. 그 후에 전국에 있는 수많은 제지업계 출신의 해고자들이 버크가 만든 이 가상 회사의 사서함으로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하죠.
그렇게 골라내 봤더니 총 여섯 명이 나옵니다. 그리고 버크는 이 사람들을 하나씩 죽이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이 여섯 명만 죽인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여섯 명을 죽이고 아까 얘기했듯이 버크가 선망하는 그 아카디아 회사의 그 책임자, 그 사람까지 죽어야 하는 것이죠. 아카디아 회사는 그 책임자가 죽고 난후 후임자를 찾다가 결국 버크에게 연락을 할 것이라는 아주 이런 원대한 계획입니다.
가장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그 경쟁자를 하나씩 제거하는 그런 상황에 있습니다. 계획대로 실현되는 살인도 있지만 계획과 어긋나는 부분도 있고요. 이 주인공이 선택한 살인 무기가 과거 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남긴 유품 중에 하나인 건데, 사실 이 주인공은 이 권총을 잘 쏠 수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나중에는 권총이 아닌 다른 도구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가 죽이려는 사람 외에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없었던 사람까지 죽이게 되는 그런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그런 경쟁자들을 추적하다가 그들과 어떤 감정적인 교류를 하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는게 그렇게 여러 명을 죽이는데도 그 모든 살인 사건이 다 알아서 완전 범죄처럼 되어가는 그런 기막힌 설정들이 있습니다. 그게 또 이 작품의 핵심적인 즐거움 중 하나죠.
제가 읽었을 때는 이거는 박찬욱 감독이 아니라 어떤 영화 감독이 읽었어도 "나도 이걸 가지고 영화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보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기생충이 갖고 있는 현실 의식과 문제 의식 이런 것들도 함께 통하는 부분이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생충을 보면은 기택의 가족과 문광의 가족이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그런 설정이 되어 있잖아요. 그 시스템 안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그런 아이러니를 드러내는데, 액스라는 작품도 이런 부분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좀 기생충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볼 때 액스라는 소설은 어떻게 박찬욱 감독과 만날 수 있을까? 그런 부분들을 한번 짚어 보겠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떠오른 부분이 있어요. 아주 직접적으로 떠오르는 건 아니죠. 하지만 어떤 인물에 처한 상황이라고 할까 어떤 캐릭터의 운명이라 할까, 이런 맥락에서 복수는 나의 것 같은 작품이 떠오릅니다.
물론 복수는 나의 것은 뭐 복수에 대한 이야기죠.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 버크와 복수는 나의 것에 동진 그리고 류 이런 인물들이 처한 상황의 감정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왔거든요.
지금 이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제목이 '어쩔 수가 없다'죠. 원작 소설을 읽어 보면은 이 제목이 진짜 잘 어울리는 제목이에요. 그니까 주인공 버크의 입장에서 보면은 정말 어쩔 수가 없이 그런 계획을 실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거든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그 동진이랑 인물 동진이 류를 죽일 때 이런 말을 하잖아요.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너 죽이는 거 이해하지" 그때의 감정이 버크의 입장과도 통할 수 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궁금한 건 그런 거잖아요. 이런 소설을 가지고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까? 현재로서는 그동안 박찬욱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살짝살짝 언급한 그런 인터뷰를 가지고서 한번 따져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원작 소설과 큰 틀은 비슷하지만 디테일과 결말이 다르다. 당연히 디테일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시대가 다를 수밖에 없고요. 또 국가적인 배경도 다르죠. 요즘 시대에 우체국 사서함으로 이력서를 받는 일도 없을 테니 그것도 뭔가 감안해서 바꿨을 겁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죽이는 방식, 이게 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이 '어쩔 수가 없다'도 앞서 공개된 이미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시나리오 책자의 표지 이런게 아닐까 싶은데, 이 이미지에도 총이 그려져 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 상황에서는 이 총의 출처를 좀 자세히 설명할 수밖에 없을 테고요.
그리고 원작을 보면은 이게 1990년대에 미국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범죄 행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CCTV 역할이 없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을 배경으로 할 때는 사실 어디를 가나 카메라에 찍힌다는 거를 감안하고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CCTV 그렇고 자동차 블랙박스도 그렇고. 그래서 이거를 피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목했던 거는 현재 이 '어쩔 수가 없다'의 마케팅 담당 시놉시스입니다.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유 씨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한다며 벌어지는 이야기"
원작을 읽은 입장에서 보면은 이 시놉시스에서 눈에 띈 거는 '어렵게 장만한 집'이라는 대목이었어요. 물론 원작에서도 이 주인공 버크에게 집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근데 원작에서는 그 나이 때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고민 정도로 묘사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시놉시스에서 이 집을 상당히 중요하게 부각하고 있다. 또 공개된 스틸을 보면은 그들의 뒤에 있는 바베큐 그릴이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렇게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정원이 딸린 집에 살고 있다라는 설정일 것 같고요. 그만큼 이 영화에는 굉장히 좋은 집이 나올 것이고 그리고 이 중심 캐릭터들에게 이 집이 갖는 남다른 의미에 대한 설정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구성을 봤을 때 제가 느낀 특징 중 하나는 손예진이라는 배우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아내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원작도 그렇고요. 코스타 가브라스 영화에서도 그렇고, 이 이야기에서 아내의 역할은 아주 크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닌데 이런 거예요. 남편이 자기 몰래 뭔가 비밀스러운 걸 하고 있다. 자신에게 점점 더 냉담해지고 이런 모습에 크게 오해하는게 있죠. 그런 아내의 오해 때문에 이 주인공 남자가 더 크게 미쳐가는 그런 상황들이 있고요.